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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원전 400년경, 히포크라테스는 이렇게 말했다.
“환자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

 2009년 2월 5일 저녁 8시 30분, 서울특별시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카페형 병원,
제너럴 닥터에서 만난 김승범, 정혜진 원장도 똑같은 말을 했다.
“환자의 말을 잘 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만 의료의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알고 보면 그들은, 그들의 조그만 섬이라 부를 수 있는 제너럴 닥터 안에서 시민사회를 향해 신호를 보내고 있다.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겠다고, 의료가 이럴 수도 있다고, 태곳적의 의료란 바로 이러한 형태였을 것이라고 신호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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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사 가운을 입지 않은 김승범 원장이 손님과 어울려 대화를 나누고 있다.
서 있는 김승범 원장의 다리를 감싸 안은 손님의 자세가 친근함의 정도를 보여준다. [사진=김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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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사람이 뜻을 함께 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정혜진
: “레지던트 2년차를 끝내고 3년 차로 접어들던 2008년 초에 친구에게 김승범 원장을 소개받았어요. 처음 만난 날 8시간 동안 얘기했는데 머리를 한 대 맞은 느낌이었어요. 다들 의료 시스템의 문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던 문제에 대해 김승범 원장은 전혀 다른 대답을 하고 있었거든요. 대화를 나눈 지 일주일 만에 레지던트를 그만두고 제닥에 합류했습니다. 동업자가 된 거죠.”


- 어째서 카페형 병원이라는 형태가 나왔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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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범: “제닥은 의료의 기존범위와 틀을 어디까지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병원이에요. 카페와 병원이 통합된 제닥의 형태를 낯설어하는 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형태의 병원이 이 시대에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봐요. 제가 추구하는 의료의 일상성을 카페의 일상성에서 빌려서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 것이죠. 그렇게 조합을 하니까 일상적, 문화적, 인간적인 병원, 제닥이 탄생했습니다. 병원으로서의 기본이나 카페로서의 장점이 없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방문한 사람에게는 두 가지의 장점이 결합한 형태로 다가갑니다. 패러다임의 변화죠.”

정혜진: “여기에서는 기존 의료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위생, 수리적인 효율성, 의사의 권위가 허물어져요. 환자와 카페 손님이 섞여서 차를 마실 수 있어요. 기존의 의료 관점에서 보면 공공장소에서 질병 전파는 말이 안 되는 거죠. 그렇지만, 길거리 스타벅스에도 환자와 일반인이 공존하죠. 환자와 일반인의 경계는 일상에서 이미 허물어져 있는데, 억지스러운 격리는 의미가 없다고 봐요.

 효율성 부분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에 100명, 200명에 달하는 많은 의료적 혜택을 사회에 제공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겠죠. 그러나 저희는 진료시간이 긴 대신 하루에 20명 정도의 환자만 받습니다. 환자의 범위를 줄인 겁니다. 많은 환자를 보는 병원은 한 명당 시간을 적게 볼 수밖에 없어요. 저희는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진료가 아니라 여기서만 할 수 있는 진료를 하려고 합니다.”




김승범: “제닥에서 키우는 고양이도 일종의 상징적 의미가 있어요. 금기를 깨고 하고 싶은 대로 해보자는 거죠. 병원에서 고양이를 키워도 된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고양이가 사람을 제한하는 벽이 되기도 하지만, 고양이 때문에 편안함을 얻는 사람이 있다면 고양이는 새로운 효율성으로 작용하겠죠. 의사가 행복할 수 있는 병원을 제안하고 싶어요. 의사가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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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너럴 닥터에서 김승범, 정혜진 원장이 기르는 고양이의 모습 [사진=김인정 기자]

정혜진: “현재 한국 의료의 모습은 ‘3분 진료’라 불려요. 3분간 질문과 처방이 동시에 이루어져 환자가 의료에 대해 정확히 파악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이러한 방식의 진료는 잘못된 소통의 원인이 되기도 해요. 현 의료 시스템이 놓치는 부분이 있어요. 그 부분이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게 저희가 하는 작업이에요.”


김승범: “일단 한국사회 안에서 의료에 대한 사회 인지 체계, 문화, 인식이 고정되어 있기에 통합적인 혁명 없이는 진료 형태가 바뀔 수 없어요. 모든 걸 통합해서 완결된 형태로 제시하는 것이 좋겠죠. ‘인간적인 진료’는 모호하지만 저희는 이 모호함을 여기에서 하루하루를 통해 구체화하고 있어요. 제닥에서 우리만의 의료의 관점을 보여주는 거죠. 이곳에서는 지금까지와 다른 의사와 환자의 관계, 그리고 소통이 실천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시대에서의 최선을 찾아낸 것입니다. 제닥은 제가 지향하는 의료의 종합적인 제시입니다. 저는 제닥이라는 작은 섬에서 밖으로 메시지를 보내는 겁니다. 의료가 이럴 수도 있다고요.”

- 제닥에서 차를 파는 건 의료의 일부인가요, 수익 비즈니스인가요?


김승범: “둘 다예요. 일단 저희가 원하는 30분 진료를 하려면 환자를 적게 받고 의료비를 적게 벌 수밖에 없지만, 카페 운영으로 수익을 낼 수 있어요. 병원이 의료만으로 수익을 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려고 선순환 수익구조를 제안한 것으로 볼 수 있죠. 저희가 지향하는 진료를 하려고 수익구조를 다른 곳에서 찾은 거죠.”


정혜진: “저희가 제시하는 것은 카페라는 공간을 통한 접근이에요. 카페라는 공간이 이용자의 용도에 따라 공간의 성격이 변하는 곳이잖아요. 제닥은 카페의 형태를 통해 일상의 일부가 되어주는 공간으로 사람들에게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어요. 의사와의 소통의 벽을 낮춰주는 병원이죠. 카페는 일상적이고 연속적인 의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장치인 거죠.”


- 김승범,정혜진 원장의 진료 과정이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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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진: “환자가 들어오면 얼굴을 보고 인사하는 게 진료의 시작입니다. 환자와 다양한 측면의 이야기를 해요. 대화를 통해 정확하고 다양한 정보를 얻고 그것을 바탕으로 불필요한 검사나 약 처방을 줄일 수 있어요. 이야기를 나누다 의료적으로 중요한 정보 같으면 다시 물어보게 되죠. 이러한 방식을 통해 환자 자신도 몰랐던 관계성을 연결해주고, 맞는 지 확인하고, 계획을 세우고, 치료 계획에 맞는 치료를 제안해요. 약을 처방하고 생활계획표를 짜주는 과정에서 환자와 의사는 같은 치료 팀이 됩니다. 알맞은 치료를 찾으려고 함께 노력해요. 제닥에 환자로 등록되면 자신의 이름이 앞에 적힌 진료노트가 생겨요. 이는 상호 소통을 위한 매개체입니다. 이 노트에 환자에게서 나온 정보와 의사에게서 나온 정보를 같이 적어요. 두 정보와 두 이야기를 합쳐 놓는 것이죠. 바로 새로운 정보의 창출입니다. 지금 제닥이 개원한 지 1년 6개월 정도 지났는데 1,300여 권의 진료노트가 있어요. 진료노트가 4권까지 늘어난 환자도 있죠. 저희가 하는 처방의 또 다른 측면은 약물 처방 외의 생활처방이에요. 고쳐야 할 습관이나 주의해야 할 생활 규칙도 함께 처방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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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료실 내부에 있는 책장에 진료노트 1,300여 권이 보관되어 있다. [사진=김인정 기자]

김승범: “이야기를 많이 나눈다고 해서 단순하게 따스한 진료라고 주장하는 게 아니에요. 이러한 소통을 통해서 궁극적으로는 아주 효율적인 진료가 이루어집니다. 대화를 통해 무섭도록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추구하는 겁니다.”

-진료의 범위는 구체적으로 어디부터 어디까지인가요.


정혜진: “필요하면 외주처방을 하기 때문에 모든 진료가 가능한 셈입니다. 실제로 제닥과 같은 건물 1층에 있는 식당에서 칼에 손을 베었을 경우, 처치가 안 되겠으면 올라와요. 그럴 때는 부분마취를 하고 꿰매 주기도 하는 거죠. 주사도 놓을 수 있고 제한적이지만 예방접종도 가능합니다. 저희가 지향하는 바는 주치의 진료라고 보시면 됩니다. 환자의 A부터 Z까지 관여하는 거죠.”


김승범: “현재 한국 의료는 체계가 무너져서 혼란과 비효율이 심하다고 생각해요. 의료 분업화가 한국에서는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요. 예를 들면 병원을 선택할 때 환자가 알아서 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신경과를 갈지 내과를 갈지 이비인후과를 갈지 환자가 결정해서 전문의를 만나고, 무슨 장비가 있는지 확인하고, 검사받고, 의사 소견을 듣는 거죠. 이건 아주 파편적이고 단순화된 진료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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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와 진료실은 조그만 표지판 하나로 구분된다. [사진=김인정 기자]

가장 가까이서 대화하는 의사가 전문의일 필요는 없다고 봐요. 물론 저희가 뇌종양을 뗄 수는 없어요. 환자에게 필요한 것을 가장 먼저 알아내고 접근하는 의사가 바로 제너럴 닥터입니다. 일반의, 제너럴 닥터(General Doctor)죠.”


-환자와의 소통 과정 중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또 어떠한 소통의 도구를 사용하시나요.


정혜진: “일차적으로 진료실 자체가 소통의 도구예요. 진료할 때 소파에서 90도로 마주 보면서 환자와 대화하게 해놓은 구조, 의사 뒤로 창문이 있는 것, 조명의 세기 등등 다 신경을 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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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혜진 원장이 평소 진료할 때 앉는 의자에 앉아 책을 보고 있다. 정혜진 원장 좌측의 소파는 환자가 앉는 자리이다.
[사진=김인정 기자]
 

김승범: “진료노트도 소통의 중요한 도구예요. 보통은 환자와 의사 사이에 컴퓨터가 있어서 환자와 눈을 마주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잖아요. 진료노트에 진료를 보면서 그리는 도표나 그림, 받아 적은 환자의 정보가 모두 소통의 도구죠. 그림을 그리는 것도 강하게 기억시키려는 의도고요.

  또한, 부족한 소통은 감정적 불만뿐 아니라 의료의 효율적인 흐름을 방해하고,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만들어 내기도 해요. 심지어 매우 중요한 의료적 순간에 잘못된 결정을 하게 만들기도 하고요. 진료실에서 부족한 소통은 온라인으로 해결하는 방식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하여 의사들의 웹진 형 메타 블로그인 닥블(docblog.kr)에도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의료 정보를 질병 중심적인 관점이 아닌 인간 중심적인 관점으로 풀어서 접근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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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2009년 2월 7일 4시에 열린 닥블 2차 오프라인 모임에서 발표 중인 김승범 원장[사진=정효현 기자]      

    우: 2009년 2월 7일 오후 4시부터 7시까지 홍익대학교 다음(DAUM) 사옥에서 진행된 의사들의 메타블로그 
닥블의 2차 오프라인 모임[사진=정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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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닥이 현재 어떠한 궤도에 올라와 있다고 보시나요.


김승범: “이제 홀로 서서 걸음마를 시작했어요. 처음에 저희의 시도를 듣고 “과연 쟤네가 설 수 있을까?”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았다면, 지금은 지지하고 참여하려는 의사도 생기고 관심도 받고 있어요. 지지하는 의사가 처음에 한두 명이었다면, 이제는 흐름으로 받아들여진 거죠. 제닥이 시도하는 병원의 형태는 한국사회에서 인정해야 할 중요한 흐름입니다. 그걸 먼저 시작한 곳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올해 계획이 무엇인가요. 또한, 두 사람에게 종착점이 있다면 어떠한 형태일까요.


김승범: “올해는 홍익대학교 지정병원을 추진 중입니다. 이 지역 자취생의 주치의가 되는 거죠. 공식적으로 홍익대학교와 관계가 설정되어야 학생들에게 전달할 수 있거든요. 낯선 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한 일종의 명분입니다. 명패 하나 달고 끝나는 게 아니라 그 명분을 바탕으로 더 도움을 주고 싶어요. 아픈 데가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의 건강관리를 해보고 싶었어요. 올 한 해 계획은 좀 더 안정된 수익 모델을 만드는 거예요. 제닥 같은 카페형 병원을 복제하는 게 아니라, 진료의 핵심을 공유하는 병원을 만드는 거죠. 의사가 모이고 있어요.” 8.jpg

 

정혜진: “사실 제닥의 종착점은 너무 멀어요. 20년 계획이랄까요. 저희가 하는 진료가 사회적 합의가 되어 그 외의 진료를 낯설어하는 순간, 그게 일차적 종착점입니다.”

김승범: “최종 종착점은 제닥이 하는 일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켜서 대형병원에서 저희에게 일을 맡기는 것이죠. 서비스 교육이나 운영 효율화 등을 도와달라고요. 또한, 우리와 함께 하는 병원이 이삼십 개 정도 있어서, 그런 병원의 진료가 새로운 흐름이 되었으면 해요.

 예를 들면, 100명의 사람이 출구 찾으려고 돌아다니고 있다고 해봅시다. 한두 명이 갑자기 뛰면 같이 갈까라는 생각으로 열댓 명이 더 따라 뛸 수 있겠죠. 일단 열댓 명이 같이 뛰면 나중에는 다 같이 움직이게 될 겁니다.

 우리는 지금, 맨 앞에서 미친 듯이 뛰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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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체명: 제너럴 닥터 (General Doct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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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제 6기 대학생NGO기자

김인정 [연세대 영어영문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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